생존과 사랑
밝은서울정신과 서 동 혁
우리의 삶에서 생존은 모든 것에 우선 된다.
우선 살아야하고 가치판단이나 도덕은 그 후의 문제이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는 살인도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을 때 목숨을 지키기 위해 행해지면 정당방위로 무죄가 된다.
요즘 우리 사회는 살벌하다. 서로 대립하고 상대방의 결점과 약점을 공격하여 우위에 서려고 애를 쓴다. 상대방이 약한 모습을 보이면 감싸주고 격려하는 모습이 없다. 그래서 삶은 여기저기가 팍팍해지고 행복도가 낮아져서 OECD 국가에서 자살율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치 그러지 않으면 생존경쟁에서 탈락하여 패배자가 되고 생존에 위협이 된다는 심리상태로 보인다.
최근 월드컵대회에서 우리 대표팀의 패배에 보여준 국민들의 반응이 대표적인 예이다. 32강에 올라간 것도 우리 실력으로 잘한 것이고 32강에서 우리는 약팀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였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열심히 했고 실력의 부족으로 진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은 화가 났다. 대표팀이 귀국하는 공항에서 엿을 던지고 한국축구는 죽었다고 근조 현수막을 들고 나가 분노를 표출하였다. 그리고 홍명보 감독을 희생양으로 끌어내렸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내가 연상한 것은 자식이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실력이 부족해서 성적이 안 좋을 때 마구 화를 내고 막말을 하는 부모의 모습이다.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분노와 지면 안 되고 약자는 밟아야 된다는 경쟁심이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
정치판에서 도덕을 내세우며 상대방의 인격은 배려 안 하는 막말 공방이 그러하고 약한 아이를 괴롭히는 학교 폭력도 그러하다. 자기 자식은 뒤처지면 큰일 나는 듯이 초등학교부터 선행학습을 시키며 밤 10시까지 학원으로 돌리는 부모들의 마음가짐이 그러하다.
우리의 객관적 현실은 그렇게 각박하지 않다. 북한의 위협이 생존을 위협하는 변수이기는 하나 그 변수 때문에 우리가 각박하게 사는 것은 아닌 듯 하다. 의식주가 해결되면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고 그것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우울증으로 외래로 오시는50대 여성 분이 계셨다. 혼자 임대아파트에 사시며 늘 죽고 싶고 멍하며 누워있어서 신체건강도 안 좋으셨다. 혼자 살고 빚은 없으니 빈곤층 국가 보조금으로 의식주는 해결되었다. 교회에 나갔지만 그 속에서도 소외감과 위축감을 느끼어 어울리지를 못하였다. 약물치료와 심리적 지지치료를 해도 현상유지만 되고 호전은 없었다. 그래도 열심히 치료는 오셔서 다행이지만 더 좋아질 방법이 없는 듯 하였다. 하체가 약해져서 운동을 하시라고 권유를 계속하니 아쿠아로빅을 시작하시고 변화가 시작되었다. 요즘 외래에서 뵈면 나보다 얼굴이 환하고 빛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치료효과가 몇 가지 요인이 있다. 규칙적 운동과 운동 후에 물을 내리치며 소리를 지르는 감정 표출, 운동을 집단적으로 함께 하며 즐기는 놀이의 측면이 우울증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그 분이 운동 후 샤워를 할 때 다른 분들의 등에 비누칠을 마구 해주신다고 한다. 그러니 다른 분들이 너무 좋아하고 운동 후에 같이 밥을 먹으며 이야기하고 며칠 못 나가면 왜 안 나오냐고 전화들이 온다며 행복해 하였다.
그 분의 현실적 상황이 좋아진 것은 없다. 운동을 하며 사람들과 어울리고 자신의 입장에서 타인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봉사를 한 것이다. 그러니 행복해졌다.
한 가지 우화가 떠 오른다. 천당과 지옥의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하여 누군가가 가 보니 지옥에서는 1m가 넘는 기다란 수저로 혼자 기를 쓰고 먹어보려 해도 입에 안 들어가고 다 떨어져서 굶주려 울부짖고 있고 천당에서는 같은 수저로 서로 상대방을 먹여주고 행복하게 지내더라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자세가 지옥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와지는 만큼 정신적으로 각박해져서 마치 생존의 위협을 받는 듯이 공격적이며 분노에 차서 경쟁적으로 사는 것 같다. 경제가 어려워서 또는 도덕성이 부족해서 우리가 불행한 것이 아니다. 사랑과 배려가 부족하여서 불행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서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 위하여 무엇이 필요한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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